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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33세 카바니, 맨유를 구하다

by 경치키 2020.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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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사우샘프턴 상대로 전반전 2실점을 허용하면서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출전한 베테랑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의 2골 1도움에 힘입어 3-2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맨유가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20/21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10라운드에서 고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이 경기의 영웅은 다름 아닌 여름 이적 시장 데드라인에 영입한 베테랑 공격수 카바니였다.

맨유는 사우샘프턴전에 다이아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마커스 래쉬포드와 메이슨 그린우드가 투톱으로 포진했고,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해 공격 지원에 나섰다. 도니 판 더 베이크와 프레드가 좌우에 서면서 중앙 미드필더로 위치했고, 네마냐 마티치가 포백 위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알렉스 텔레스와 아론 완-비사카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해리 매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뢰프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언제나처럼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지켰다.

다이아 4-4-2는 측면 공격수 없이 중원을 두껍게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축하는 포진이다. 당연히 측면 공격에 있어서 파괴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중원 싸움에선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강점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대신 측면 공격수의 부재를 측면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서고, 투톱이 좌우로 벌려주는 형태로 충족해준다. 이에 더해 좁은 공격 방식에서 세밀한 스루 패스로 상대 수비를 깰 수 있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창의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전반전만 놓고 보면 맨유의 다이아 4-4-2는 대실패로 돌아갔다. 전반전 맨유는 사우샘프턴에게 점유율에서 47대53으로 열세를 보였다. 다이아 4-4-2를 썼음에도 정작 점유율 싸움에서 열세를 보인 맨유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그린우드와 래쉬포드 투톱이 상당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 투톱이 좌우로 공격 폭을 넓혀줄 필요성이 있었으나 둘은 지속적으로 중앙에만 위치했다. 이로 인해 맨유의 공격 폭은 지나칠 정도로 좁게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사우샘프턴은 리버풀, 리즈 유나이티드와 함께 EPL에서 압박 강도가 가장 강한 팀으로 뽑히고 있다. 실제 지난 시즌 유럽 5대 리그(UEFA 리그 랭킹 1위부터 5위까지를 지칭하는 단어로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1부 리그가 이에 해당) 팀들 중 압박 강도 1, 2위를 차지한 게 바로 리버풀과 사우샘프턴이었다. 맨유의 공격 폭이 좁다 보니 사우샘프턴의 강도 높은 압박에 둘러쌓여 정상적인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EPL 경기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MOTD)'에 패널로 출연한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 역시 영상을 통해 전반전 투톱인 래쉬포드와 그린우드가 측면으로 벌려주지 못했기에 맨유가 사우샘프턴의 압박에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투톱이 좁게 서면서 공간이 나오지 않다 보니 맨유 에이스 브루누는 상대 압박에 고전하면서 패스 성공률이 45.8%까지 떨어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게다가 사우샘프턴은 패스 능력이 떨어지는 완-비사카가 볼을 잡을 때면 곧바로 에워싸는 수비를 펼치면서 역습을 단행했다(결국 완-비사카는 수비수임에도 패스 성공률이 52.9%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우샘프턴이 프리킥으로 2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앞서나갔다. 먼저 23분경, 사우샘프턴 미드필더 제임스 워드-프라우스의 정교한 코너킥을 수비수 얀 베드라넥이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어서 32분경, 워드-프라우스가 환상적인 직접 프리킥으로 골을 추가했다. 사우샘프턴은 27분경, 골을 더 넣을 수 있었으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카일 워커-피터스의 슈팅이 텔레스 다리를 스치고선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이 있었다.
전반전을 0-2로 마무리하자 맨유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승부수를 던졌다. 워드-프라우스의 프리킥을 막으려다가 골대에 몸을 부딪히면서 부상을 당한 데 헤아 골키퍼와 전반 내내 부진했던 그린우드를 빼고 딘 헨더슨 백업 골키퍼와 카바니를 교체 출전시킨 것.

이는 주효했다. 카바니는 지속적으로 좌우 측면으로 폭넓게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다이아 4-4-2의 약점인 측면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게다가 기회가 생길 때면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면서 골문으로 침투했다. 자연스럽게 공간이 발생하면서 맨유의 전체적인 패스 성공률도 올라갔고, 브루누의 스루 패스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는 맨유의 전반전과 후반전 패스 성공률과 패스 숫자만 보더라도 확인이 가능하다. 맨유는 전반전 패스 226회를 시도해 172회를 성공시키면서 76.1%의 패스 성공률에 그쳤다. 하지만 후반전 293회의 패스를 시도해 245회를 성공시키면서 83.6%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후반 들어 패스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동시에 올라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맨유의 추격하는 골이 터져나왔다. 후반 14분경, 완-비사카가 패스를 내준 걸 카바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정교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브루누가 골문 앞에서 받아선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카바니 교체 투입 효과가 즉각적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카바니는 후반 28분경, 브루누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워커-피터스 다리 맞고 굴절된 걸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그의 동물적인 반사 신경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이어서 카바니는 정규 시간도 모두 끝나고 추가 시간 2분경(90+2분), 래쉬포드의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가져가면서 역전 결승골까지 성공시켰다. 이와 함께 맨유의 구세주로 등극한 카바니이다.
카바니는 후반만 뛰었음에도 2골 1도움으로 맨유의 3골을 모두 만들어냈다. 이에 더해 슈팅 숫자는 4회로 브루누(6회)에 이어 2위였고, 유효 슈팅 2회를 모두 골로 연결했다. 패스 성공률은 83.3%로 공격수로는 상당히 준수한 수치였다(그린우드의 패스 성공률은 75%였고, 래쉬포드의 패스 성공률은 61% 밖에 되지 않았다).

비단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성실한 압박을 펼치면서 태클 2회에 더해 걷어내기 2회와 가로채기 1회를 성공시키면서 수비에서도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카바니는 이 경기 2골 1도움으로 현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선수 시절(1999년 2월 노팅엄 포레스트전 4골)에 이어 맨유 역사상 두 번째로 EPL에서 교체 출전한 선수로 공격포인트(골+도움) 3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로 등극했다. 게다가 만 33세 289일의 나이에 멀티골을 넣으면서 과거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케빈 필립스(만 36세 197일)에 이어 EPL 역대 교체 선수 멀티골 최고령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이제 EPL에서 5경기 교체 출전해 129분 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에버턴과의 8라운드에서 데뷔골을 넣은 데 이어 이번 사우샘프턴전에서 2골을 추가하면서 3골로 브루누(7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에 등극했다는 데에 있다. 43분당 1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는 카바니이다.
이렇듯 맨유는 카바니의 영웅적인 활약에 힘입어 사우샘프턴에게 질 뻔했던 경기를 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카바니가 들어오기 전과 들어온 이후로 경기 양상이 180도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괜히 시어러가 MOTD에서 "래쉬포드와 앙토니 마샬, 그린우드는 카바니를 보고 모든 걸 배우라"고 목소리를 높인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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